[부고]로버트김 부친 김상영 前의원

  • 입력 2004년 2월 13일 18시 46분


국가기밀 누설죄로 미국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장남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64)이 석방되길 간절히 바랐던 김상영(金尙榮)옹이 숨졌다. 김옹은 아들의 출소를 5개월여 앞둔 13일 오전 5시경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에덴요양병원에서 지병으로 눈을 감았다. 향년 90세.

김씨는 이날 오후 11시경(한국시간) 부친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김씨가 먼저 전화를 걸어야 외부와 통화할 수 있는 교도소 규칙 때문이었다. 김씨의 부인 장명희씨(61)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뉴욕 JFK 공항으로 가던 중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아버지…”라고 흐느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께 불효자를 대신해 용서를 빌어 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다. 그는 교도소에서 한국을 향해 큰절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남편이 지난달 30일 집과 가까운 윈체스터 교도소로 이감된 뒤 녹음한 사부곡(思父曲)을 안고 비행기를 탔다.

“장남으로서 한 번도 효도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용서를 빕니다. 출감할 때까지만이라도 살아주신다면 모든 정성을 다해 모시고 싶습니다.”

하지만 김옹은 아들의 이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김옹은 전남 여수 출신으로 8, 9대 국회의원과 한국은행 부총재 등을 지냈으며 유족으로는 부인 황태남 여사, 김성곤(金星坤) 전 의원 등 4남1녀를 두고 있다.

로버트 김 후원회(회장 이웅진)는 김씨가 장례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일시 석방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미국 교도당국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씨는 7월 27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5일 오전 7시반, 장지는 전북 익산 원불교 영묘원.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