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올인’… 國政 맡길 사람이 없다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58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4·15 총선 ‘올인 전략’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청와대와 내각에 충원할 ‘인재풀’이 고갈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총선 징발 때문에 빈 자리를 메우는 ‘땜질 인사’조차 적임자를 찾지 못해 후임 임명을 미루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개각과 청와대 개편 과정에서는 과거와 달리 삼고초려(三顧草廬)에도 불구하고 해당자들이 공직 기용 요청을 고사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 ‘정부 권위 실추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돈다.

▽청와대 마지막 ‘총선 올인’=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 정만호(鄭萬昊) 의전비서관 등은 공직자 사퇴시한(14일)을 하루 앞둔 13일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다. 또 출마 압력을 받았던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은 ‘건강상의 이유’로 12일 노 대통령에게 사표를 냈다. 문 수석은 총선출마는 하지 않지만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지원하겠다는 뜻은 내비쳤다.

이에 앞서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이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총선 불출마 뜻을 굽히지 않는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과 박주현(朴珠賢) 참여혁신수석비서관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에선 ‘여성 카드’로 막판까지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권 전체가 인물난을 겪으면서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진들이 대거 총선에 징발되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고초려해도 안 온다?=청와대는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고사하는 바람에 설득에 애를 먹었다. 노 대통령이 두 번이나 ‘맡아 달라’고 부탁했고,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비서관과 유인태 정무수석비서관이 수차례 제의를 했다. 고교후배인 유 수석이 발 벗고 나서 막판에 성사됐지만 청와대는 ‘속앓이’를 심하게 해야만 했다. 이씨가 끝내 고사할 경우에 대비한 2명의 ‘히든카드’가 노출되는 혼선도 보였다.

문 비서실장 후임인 김우식(金雨植) 연세대 총장을 ‘모셔오는’ 데도 김 총장이 고사하는 바람에 적잖게 진통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 윤영관(尹永寬) 전 외교부 장관 후임 인선 때도 우선 청와대 밖에서 사람을 찾다가 여의치 않자 내부로 눈길을 돌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권위와 공신력이 예전보다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후임 인선난 및 인재풀 고갈 논란=내각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 인물난은 더욱 심한 편이다. 정무수석 후임자는 아직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고, 외교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반기문(潘基文) 전 외교보좌관 후임도 공석이다. ‘청주 술자리 향응’ 사건으로 사퇴한 양길승(梁吉承) 전 제1부속실장 자리는 7개월째 비어 있다. 사표를 낸 양인석(梁仁錫) 사정비서관 자리도 마땅한 후임 선정의 어려움 등이 겹쳐 비어 있다.

사람이 없어 조직개편이 뒤따르는 사례도 있다. 총선으로 연이어 자리가 빈 정무수석실의 경우 정무1, 2비서관이 통합된데 이어 이번에 또 정무기획비서관으로 흡수통폐합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朴範界)씨가 출마한 민정2비서관 자리는 법무비서관과 통합됐다.

인재풀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새 정부 출범 때 가급적 기용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달리 대부분의 인수위원들을 요직에 발탁한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수위원 중 써먹지 않은 카드는 현역의원인 임채정(林采正) 위원장과 사회문화여성분과의 박부권 위원 정도다. 24명에 달하는 인수위원이 이미 요직에 발탁됐거나 기용된 셈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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