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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24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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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검찰이 “북한과의 계약의 진위를 알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린 것과 대비되는 판결로, 앞으로 유사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조관행·趙寬行 부장판사)는 최근 여강출판사 대표 이모씨가 “‘여강판 동의보감’을 그대로 베껴 책을 출간하는 바람에 출판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7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피고는 법인출판사 대표 김모씨와 번역위원 고모씨 등 유명 한의학과 교수 21명.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이씨의 계약 상대인 북한판 동의보감 저작권자의 대리인 윤모씨가 대리인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나 북한 공증기관인 ‘평양시 공증소’가 2000년 9월 공증한 확인서에는 윤씨가 대리인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의 책이 원고가 펴낸 책과 95%가량 내용이 동일하고, 번역위원으로 참여한 한의학과 교수들도 교정을 봐주거나 서문을 썼을 뿐인데 마치 번역한 것처럼 보이게 했으므로 배상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993년 12월 중국 선양(瀋陽)시 조선족 문화예술관 부관장인 윤씨와 1만달러에 북한판 동의보감의 국내 출판권 계약을 맺고 1994년 5월 책을 펴냈다. 윤씨는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북한의 ‘과학백과사전 종합출판사’로부터 출판계약권을 위임받은 대리인.
그러나 김씨가 1999년 12월 이 동의보감의 대역본을 내자 이씨는 이들을 형사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형사고소 건에 대해 검찰은 ‘공소권 없음’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민사 소송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법원이 북한 공증서에 대해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사실조회까지 의뢰한 결과 “위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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