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윤영관 장관 경질 관련 盧비판

  • 입력 2004년 1월 16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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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논조의 일간지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한국의 숙청(purge)’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경질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사태와 같은 길을 계속 가겠다면 미국의 인내심도 곧 사라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요약.

“윤 장관은 취임 직전 ‘김정일 정권이 붕괴하는 것보다는 폭탄을 갖는 게 낫다’고 말해 미국을 아연케 했다. 때문에 그가 친미적이라는 이유로 경질됐다는 소식은 놀랍다.

한때 좌파 지식인이었던 윤 장관은 취임 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매우 빨리 배웠다. 그는 한미동맹을 의식해 이라크 파병 규모를 늘리자고 주장했다가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대통령은 ‘전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라면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늘어놓았다.

외교부는 노 정권 이후 손상된 한미동맹을 복원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 왔다. 그들은 주한미군의 서울 용산기지 반환을 요구하려면 이전비용이라도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외교부 직원들은 대통령을 화나게 할 위험을 무릅쓰고 의견을 개진했다. 윤 장관은 그런 부하직원들의 ‘만용’을 통제하지 못한 값을 치렀다.

정찬용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후임 장관이 지나치게 친미적 성향인 외교부 관료들에 대해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어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한 당국자는 대미관계를 다뤄온 조현동(趙賢東) 북미3과장의 운명을 특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위기관리에 쏟아 온 그의 노력을 높이 사고 있다.

상관에게 반항하는 공무원을 해임하는 것은 한국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해임의 이유가 된다면 미 국무부의 많은 사람들도 진작 자리를 내줬어야 한다.

대통령이 북한의 핵위협을 인정하기 거부하는 좌파 지식인(윤 전 장관을 지칭)에게조차 행정부 내에서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한미관계는 어려워질 것이다.

‘감히’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사람을 내쫓을 경우 미국이 묵과할 리가 없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에 굽실대지 않겠다고 선동적인 언행을 하다가 동맹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왔다 갔다 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어제의 사태로 시작된 길을 계속 가겠다면 미국의 인내심도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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