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1월 15일 18시 5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최 대표와 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7시반경 서울 서초구 팔래스 호텔에서 김덕룡(金德龍) 의원의 중재로 1시간반가량 조찬 회동을 가졌으나 회동은 탁자를 내리치는 소리와 맞고함 소리가 회담장 밖에까지 흘러나오는 등 시종 격앙된 분위기였다.
최 대표가 먼저 “전체 지구당위원장의 3분의 1정도에서 당무감사 등급이 조정됐다”며 “지도부의 의도가 아니라 조직국장이 일선에 나갔던 요원들의 자료가 미진하다고 판단해 조정하는 과정에서 A가 D가 되고, D가 E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 전 대표는 “조직국장이 어떻게 자료를 조정하나. (지도부가) 표적공천을 위해 조작한 것”이라며 “3분의 1이라면 지구당 80여곳인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흥분했다.
그러자 최 대표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 조직국장한테 확인해봐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서 전 대표는 이어 최 대표의 당 운영 방식도 문제 삼았다.
그는 최 대표에게 “대권(大權) 욕심 때문에 그동안 당을 독선적으로 끌고 왔다”며 “욕심을 버리고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최 대표는 “무슨 터무니없는 얘기냐. 그러니까 자꾸 오해가 나온다”며 맞받아쳤다.
서 전 대표는 또 식사 도중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을 전화로 찾아 공천심사위원 재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고, 최 대표도 “공천심사위원의 보강이나 교체는 없다”고 잘라 말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최 대표가 먼저 떠난 뒤 서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최 대표가 공천심사위원 교체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지만 전체 지구당 3분의 1 등급 조정사실을 밝혀 위원장들의 명예를 회복한 것은 오늘 대화의 큰 소득”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후폭풍은 간단치 않을 듯 하다. 등급이 조정된 80여 지구당위원장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 전 대표가 전날(14일) 계파 원내외위원장들에게 공천 신청을 하도록 했지만 자신의 공천 신청 문제에 대해선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즉답을 회피한 데서도 이런 기류를 엿볼 수 있다.
최 대표도 이날 운영위원회의에서 “잘 타협됐느냐”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최 대표는 회의에서 조찬회동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