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신년회견]낙관적 경제 인식… ‘체감’과 거리멀어

  • 입력 2004년 1월 14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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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보다는 많이 현실경제를 이해하는 쪽으로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우리 경제의 현주소와 미래를 보는 시각에서 여전히 적지 않은 괴리감을 느낀다.”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타난 노무현 대통령의 현실 경제 인식과 관련해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평가를 내놓았다.

▽‘일자리 창출’ 방향은 긍정 평가=노 대통령이 올해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일자리 만들기’를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청년실업, 투자감소 등 최근 경제의 심각성을 볼 때 제대로 된 방향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노 대통령은 취임 초 이른바 ‘친노(親勞) 정책’과 ‘성장보다 분배 우선’ 성향으로 비쳤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그런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한국 경제의 딜레마인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노사관계의 안정 없이는 경쟁력 강화도, 일자리창출도 어려우므로 노동계는 올 한해만이라도 생산성 향상을 초과하는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라며 “정부는 예산을 조기에 집행해서라도 회복 문턱에 들어선 경기가 하루라도 빨리 살아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문석(吳文碩)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작년 성장과 분배 중 분배에 우선순위를 두는 듯한 입장에서 다소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제시한 노사관계 안정, 일자리 창출, 부동산 및 공교육제도의 개선 등 구조적 난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경제주체와의 인식 괴리감도 적지 않아=노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뭐가 불확실한지 묻고 싶다”고 강조한데 대해 전문가들은 강하게 반박했다.

안재욱(安在旭) 경희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새 정부 들어 도대체 확실한 정책은 뭐가 있었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면서 “법인세 감면은 물론 LG카드 처리, 부동산 대책, 노사 문제 등도 모두 정책에 혼선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새 정부 들어 굵직굵직한 국책사업들이 모두 표류했고 법인세율 인하를 둘러싸고 정부 안에서 혼선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 대책도 10·29대책이 나오기 전에 일주일이 멀다하고 새로운 대책들이 양산(量産)됐다. 무엇보다 많은 국민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정부정책이 불확실하다고 느끼는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모습보다는 ‘방어’에 급급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곽노성(郭魯成)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기업이 개별 경제정책 하나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지 않는다”며 “이라크 파병, 북핵, 용산기지 협상 등을 통해 나타난 대미(對美) 혼선 등도 경제주체에게는 모두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별로 없다는 듯한 인식을 비친 것도 경제전문가나 기업은 물론 일반 국민이 느끼는 인식과는 차이가 많았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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