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양환/반발 자초한 재산세 졸속인상

입력 2003-12-12 18:24수정 2009-10-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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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낮 12시 서울시청 3층 간담회장.

서울시내 25개 구청의 구청장들이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주재로 열리는 긴급 정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회의는 행정자치부가 3일 발표한 2004년 재산세 과세표준 개편 방안에 대해 서울시가 조정건의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각 구청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소집한 것.

이 시장이 “갑작스러운 재산세 인상은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운을 떼자 구청장들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일시적인 세수는 늘어날지 몰라도 주민들의 충격이 너무 크다.”(권문용 강남구청장)

“지방분권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중앙정부가 분권의 핵심인 지방재정권을 환수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서찬교 성북구청장)

각 구청장들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세율조정권’ 부분. 행자부가 “지자체들이 계속 반발할 경우 세율조정권한을 축소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몇몇 구청장은 “선거전략상 총선 전에는 과세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부유층에 대한) 서민들의 질투심을 이용한 총선용 정책이 아니냐”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이런 반발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행자부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지역의 평균 재산세 인상률은 25%”라고 예측했지만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인상률은 45.4%로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몇가지 다른 부수적인 요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세청이 지난달 27일 고시한 새 기준시가를 행자부가 고려하지 않은 결과였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강남의 집값을 잡는 게 목표였지, 서울의 평균 인상률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새 기준시가가 나온 걸 알았지만 그걸 적용한 결과를 내놓으려면 1주일 이상 늦어질 것 같아 이전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금 인상률의 정확한 수치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에 공감하는 지자체가 과연 얼마나 될까.

현실과 동떨어진 과표를 현실화하고 건물면적 대신 시가에 따라 차등을 둔다는 재산세 개편안의 기본방향이 옳다는 데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방향이 옳다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동원되는 모든 수단이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세금정책은 강남지역이나 부동산 투기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재산권에 관련된 사안인 만큼 신중하고 짜임새 있게 접근해야 한다.”

행자부 관계자들은 한국납세자연맹의 이런 지적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정양환 사회2부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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