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재의 가결]청와대 “수사권 흔들기 나쁜 선례”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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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측은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예상보다 찬성표가 많이 나온 데다 특검 수사가 내년 총선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담스럽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검찰수사권을 흔드는 부정적인 선례를 남기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짤막하게 논평을 했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특검법안이 재의결됐다는 보고를 받고 담담한 표정으로 “알았다”고만 말했다고 윤 대변인은 전했다.

한 핵심관계자는 “200표 이상의 찬성표로 통과될 걸로 예상하고 있었다”면서도 “극심한 여소야대 구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마구잡이 폭로가 잇따를 텐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측근들이 줄줄이 불려 다니는 모습이 선거 기간 내내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열린우리당측도 “3당 야합 공조로 헌정질서 파괴가 현실화됐다”고 비난하면서 “특검 수사가 내년 총선 정국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전긍긍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검찰이 썬앤문그룹에 대해 수사 폭을 넓히고 있는 상태에서 특검이 통과됐으니 앞으로 노 대통령 측근비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또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47석의 소수 여당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고 김부겸(金富謙) 원내부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는 몇 대 더 얻어맞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허탈해했다.

반면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여론의 역풍이 불게 마련이다. 오히려 정국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며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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