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특검再議 추진 “자민련이 도와준다면…”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9시 07분


한나라당이 특검법안 재의결 추진 쪽으로 대치정국 해법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물꼬는 ‘협상파’인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가 열었다.

홍 총무는 2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재의결시 찬성이라는 민주당 전 지도부의 입장은 새 지도부에도 승계될 것이므로 자민련도 공식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홍 총무의 발언은 민주당 새 지도부가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의 ‘재의결 찬성 당론’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민련만 끌어들이면 재의 표대결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홍 총무는 간담회에 앞서 최병렬(崔秉烈) 대표를 만나 이 같은 대응전략을 조율했다.

사흘째 단식 중인 최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며칠 지나서 통과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거부권을 행사했겠느냐”면서도 “그러나 통과가 가능하다고 믿을 상황이 된다면 굳이 (재의결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이번 주말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측을 상대로 물밑 설득 노력에 나서기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JP와 최 대표의 전화 접촉을 통해 막판 대타협을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날 선출된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신임대표가 ‘재의시 찬성 당론’ 주장을 펴 왔다는 점에서 민주당과의 공조 전망은 밝아졌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야 3당의 특검법 찬성 당론을 끌어낸다면 설사 재의결이 부결된다 해도 노 대통령에 맞설 정국 운영 카드를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의결 대신 재의 철회 등 전면전을 고수하는 당내 강경 기류도 차츰 수그러지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 비공개 회의에서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이 내각 총사퇴 등 초강수를 제안했지만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비우호적인 여론도 당 지도부를 움직인 요인이었다. 실제 이날 당 지도부에 보고된 자체 여론조사에선 등원 거부 이후 당 지지도가 5%포인트 떨어져 지도부를 경악케 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재의결 분위기는 다음 달 1일 열릴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과 4당 총무간 회동에서 어떤 형태로든 가닥이 잡힐 공산이 크다. 야 3당 공조가 복원되면 최 대표의 단식 투쟁도 자연스럽게 정리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 대표는 당초 단식 기간을 10일 정도로 잡았다는 후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