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대변인제 부활? 이게 새 정치냐”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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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의장(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홍역을 치렀던 열린우리당이 이번에는 대변인제 신설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김원기(金元基) 공동의장은 28일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 마비 사태를 종합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한시적 기구를 만들겠다”며 “홍보 기능의 통합을 위한 대변인제(의 부활)도 지도부에 맡겨 달라”고 말해 사실상 대변인제 신설 방침을 시사했다. 이날 정동채(鄭東采) 홍보위원장은 “내가 대변인을 겸임하겠다”고 밝힌 뒤 대변인실 역할을 해 온 공보실에 “당의 주요 논평 및 성명은 내가 검토 후 내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당은 “정쟁을 지양하겠다”는 취지로 당헌에 대변인제 대신 공보실을 두기로 규정해 그동안 정 위원장, 김부겸(金富謙) 홍보담당 원내부대표, 이평수(李枰秀) 공보실장 등으로 홍보창구가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대변인제 신설 방침이 정해지자 공보실 관계자들과 당 일각에서 “당헌에도 없는 대변인을 공식 논의도 없이 다시 만드는 게 신당이 말하는 새 정치냐”며 비판론이 일고 있다. 이 실장은 “그동안 ‘정쟁을 줄이겠다’며 별다른 물적·인적 지원도 해 주지 않는 바람에 어려운 상황에서 공보실이 사실상 기존 대변인실의 역할을 고스란히 해 왔는데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직자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지금까지 ‘언론과 거리를 두라’고 주문해 놓고 회의 때는 ‘우리당은 홍보 기능이 약하다’고 말하는 이중성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수도권 출신 초선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 선거에 도움이 된다”며 대변인 자리를 내심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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