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병원 실려갈때 까지…”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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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당 대표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재의 요구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당 대표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재의 요구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서영수기자
“병원에 실려 가면 (단식이) 끝나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26일 여의도 당사 7층 대표실 바닥에 자리를 깔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면서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이날 대표실은 ‘투쟁의 장’으로 변했다. 대표실 중앙에 있던 회의용 원탁 테이블과 소파들은 방 한쪽 구석으로 치워졌고 대신 그 자리에는 10cm 두께의 스티로폼 위에 3장의 군용모포가 깔렸으며 작은 책상과 생수 한 통이 놓였다. 대표실 벽 한쪽에는 ‘나라를 구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내가 이런 것(단식)을 할 줄은 몰랐다.”

올해 65세인 최 대표는 착잡한 심정을 거듭 토로했다.

최 대표는 ‘건강에 이상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혈압이 높아 약을 먹고 있다. 위염이 있어 의사가 단식 돌입 후 3일 정도는 저녁에 뜨물 한 컵씩을 마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아침식사로 죽을 4숟가락 정도만 먹었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김상현(金相賢) 민주당 상임고문, 김덕룡(金德龍) 강재섭(姜在涉) 의원 등의 단식투쟁 격려 방문이 이어졌다.

1시간가량 최 대표를 만나고 대표실을 나온 김덕룡 의원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야당대표가 단식을 하는 상황이 다시 벌어지다니…”라면서 “최 대표와 난세(亂世) 같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대통령이 국민을 편 가르고 충돌을 하게 한다”며 국정 혼란의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돌렸다.

강 의원은 생수를 사가지고 와서 “물 많이 먹으라고 사왔다”며 농담을 건넨 뒤 “대표의 투쟁에 이의 있는 사람이 없다. 힘내서 잘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대표는 단식 기간에 ‘건강하게 살기(Fit For Life)’라는 건강 서적과 ‘국가전략의 대전환’이라는 책을 읽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저녁 8시경에는 부인 백영자씨가 옷가지를 챙겨 차남인 선준씨와 함께 당사를 방문해 1시간반가량 머물다가 돌아갔다.

한나라당은 최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또 최 대표의 단식 모습을 하루 2번만 공개키로 했다.

이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 대표는 현재의 국가적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규정한 뒤 “가장 큰 원인은 노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 운영 철학과 방식에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최 대표는 “한나라당도 깨끗하지 않다. 국민 여러분을 뵐 염치가 없다”며 자성의 모습도 보였다.

최 대표는 한나라당 전체 의원들이 자신에게 제출한 사퇴서 처리와 관련해 “오늘의 상황을 보는 의원들의 마음을 담은 의지의 표현”이라며 “어떻게 처리할지는 상황을 봐가며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최 대표는 청와대 다자회동이나 단독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못된 특검 거부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거부권 철회가 선결과제임을 강조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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