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票 떨어질라”…국회, 총선앞두고 이익단체 눈치보기 극심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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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각 상임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익단체와 지역 유권자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1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특별법’ 등을 심의했으나 정부의 예산 확보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의결하지 못했다. 더욱이 의원들은 향후 일정마저 잡지 않아 법안을 처리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하고 있다.

농해수위는 이미 20일 전체회의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지원 특별법’에 대한 심사는 보류를 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농해수위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19일 일부 의원들이 농민 집회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더욱 법안 처리에 조심스러워졌다”며 “일부 의원은 FTA에 찬성하면서도 유권자들에겐 반대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FTA 비준안을 직접 심의할 통일외교통상위는 아예 농해수위의 농어민 지원법 처리 결과를 보며 비준안을 다룰 예정이어서 농민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두 상임위가 잔뜩 몸을 움츠린 형국이다.

국회 건설교통위는 철도청 노조의 ‘총파업’ 위협으로 이미 6월 상임위에 올라온 철도공사법을 다섯 달째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철도공사법은 철도청을 공사로 전환하는 법안으로 철도청 노조는 “공무원 신분을 잃으면 퇴직 급여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 총파업도 고려하고 있다.

건교위 이원탁(李元鐸) 전문위원은 “철도청 공무원들이 각 의원 방을 찾아다니며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른 법들은 모두 처리가 되고 있는데 이 법안만 진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특별법과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을 각각 논의하고 있는 건교위, 행정자치위, 그리고 산업자원위 의원들은 최근 지역유권자들의 찬반 주장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일에는 ‘수도권 역차별’을 주장하는 경기도의원 4명이 삭발까지 하며 산자위 의원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한나라당 전용학(田溶鶴·행자위) 의원은 “외부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법안을 심사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며 “하지만 합리적인 결정을 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신속하게 필요한 법안처리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이익단체 및 지역유권자들의 반대로 처리가 지체된 국회 계류 법안들
상임위법안반대단체
농림해양수산위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지원에 관한 특별법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상당수
통일외교통상위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건설교통위한국철도공사법철도청 노조
산업자원위국가 균형발전 특별법개정안 일부 조항경기도 의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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