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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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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통일외교안보분야 장관회의에서도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은 기본적으로 한국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는 원칙적인 말만 했을 뿐 파병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은 공교롭게도 “우리는 무엇이든 한국이 옳다고 믿는 대로 하기를 바란다”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발언과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이 들린다.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이 한국의 추가 파병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한국 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계산된 것이었던 것처럼 노 대통령의 발언 역시 다분히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이 이날 ‘독자적 결정’을 재삼 강조하고 나선 데에는 당초의 ‘비전투병 중심의 3000명선 파병안’에서 전투병의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정부 내의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라크 현지의 치안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추가 파병에 다소 부정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는 국내 여론을 설득해야 할 노 대통령으로서는 비전투병 파병안의 변경이 미국측 압박에 굴복한 것처럼 비쳐서는 오히려 역풍(逆風)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당초의 비전투병 파병안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주도적으로 마련했고 여기에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의원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도대체 대통령도 모르는 파병규모를 언론이 어떻게 알았는지 유감스럽다”고 잘라 말했고 도리어 한미관계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한미관계와 국내 여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최종 단안을 내릴 때까지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어려운 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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