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재영/사실 왜곡한 '정정보도 요청'

  • 입력 2003년 11월 4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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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열린 남북간 민족통일평화체육문화축전(이하 평화축전)의 남측 조직위원장인 김원웅 의원(열린우리당)은 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측 참가단의 귀환이 개런티 문제로 늦춰졌다’는 지난달 29일자 본보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측은 이어 이날 평화축전조직위 명의로 ‘정정보도 요청’을 본보에 보내 왔다.

정정보도 요청의 요지는 △북측이 개런티 문제를 참가단의 출발과 연계시킨 바가 없다 △동아일보는 단 한명의 기자도 취재 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축전의 준비기간이나 축전 행사 중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을뿐더러 진실을 왜곡한 것이다.

북측은 행사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북한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개런티의 완납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5시반경 숙소인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 2층 커피숍에서 김 남측조직위원장과 북측 전금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개런티 담판에 나섰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날 오후 7시10분경 남측이 현물 120만달러어치의 절반인 60만달러어치를 주겠다는 A4용지 1장짜리 문서를 제시하자 전 부위원장이 “이러면 앞으로 일없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 개런티 협상은 결렬됐다.

북측 참가단은 이날 오후 7시40분 호텔을 출발했고 40분 뒤인 오후 8시20분경 고려항공 항공기 2편에 탑승했다.

북측 참가단의 귀환이 당초 예정된 시간을 넘긴 것은 개런티 협상이 가장 큰 이유였다. 김 위원장도 지난달 2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개런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출발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김 의원측은 또 ‘정정보도 요청’을 통해 ‘동아일보는 이 행사에 대해 취재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기자는 평화축전 취재 비표를 조직위에서 발급받았으며 본보는 북측 참가단의 도착을 알리는 기사 등 모두 5건의 평화축전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정정보도 요청이 과연 조직위의 공식입장인지도 의문이다. 요청서의 내용은 인터넷매체인 오마이뉴스가 게재한 김 위원장 인터뷰 기사와 흡사하다. 실제 조직위 인사들은 이 정정보도 요청에 대해 “금시초문이다” “(김) 의원 보좌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행사는 남측과 북측이 ‘뒷돈’을 주고받기로 한 사실이 북한 대표단의 돌출행동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물의를 빚었다. 이 같은 뒷거래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김 의원이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본보를 비난하고 나선 행위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임재영 사회1부 기자 l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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