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하다"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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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30일 SK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이 불법자금을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일”이라며 “모든 허물과 책임은 대통령 후보였던 제게 있으니 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못난 저를 사랑하고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바로 세울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졌던 국민 여러분께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당시 사무총장과 재정위원장, 재정국장 등 당직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인데 이들은 당을 위해 심부름한 죄밖에 없다”면서 “재정국장의 구속이 거론되는 상황을 보고 참담한 심정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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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모든 책임은 이들 보다 후보였던 제게 있으며 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을 것이 아니라 서로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해 주기 바란다”면서 “저를 꾸짖더라도 사리사욕 없이 당과 대선승리를 위해 누구보다 헌신한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패배로 이미 죄인이 된 제가 또 한번 동지 여러분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며 “우리당이 여태 겪어보지 못했던 어려움에 처한 이 시기에는 오직 용기와 단합만이 우리를 구할 것”이라고 당내 결속을 당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이 당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게 삶의 꿈과 희망을 걸었던 수많은 국민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드렸는데 어떻게 속죄할 수 있겠느냐”면서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충심으로 사죄드린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일문일답▽

이 전 총재는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모금과정을 언제 보고 받았냐’는 질문에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이 자리에 선 마당에 무엇을 언제 어떻게 알았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알았거나 몰랐거나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제가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의 범위’를 묻는 질문에는 “법적 책임도 당연히 포함되며 검찰이(소환을) 요구하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계 복귀’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 직후 정계를 떠난 만큼 정계복귀를 운운하는 것은 더 이상 저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비자금의 당 유입 및 대선자금 사용을 알았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무엇을 언제 얼마나 받았고 알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답변을 피해 의혹은 끝내 해소되지 않았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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