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호/派兵, 국민 이해 구하려면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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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이라크에 대한 추가파병과 함께 앞으로 4년간 이라크 경제재건을 위해 2억달러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추가 파병에 대한 노 대통령의 결정은 한미 동맹관계와 국가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목적-철수요건 명확히 해야 ▼

이에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다국적군 구성을 위해 유엔 회원국들에 병력 지원을 요청하는 미국의 이라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노무현 정부가 유엔 결의 하의 파병이라는 국제적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한국은 유엔 결의에 의해 성립된 국가이고 6·25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한국을 구해준 것도 미국 주도의 유엔군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유엔 결의안은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국민적 지지 확보를 위한 중요한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파병 준비과정에서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를 통해 국민의 우려사항들을 충분히 검토해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한국군의 이라크 주둔기간은 현재 1년 정도로 예상되지만 이라크 현지 사정을 고려할 때 장기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동티모르의 경우 유엔평화유지군의 원조 하에 독립국가 건설에 3년이 걸렸다. 이라크 파병이 장기화할 경우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는 인식하고, 지금까지 파병 논의과정에서 보여준 수동적인 자세를 과감히 탈피해 뚜렷한 입장을 갖고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곧 재파견될 예정인 이라크 현지조사단의 단장으로는 파병의 직접 당사자인 현역 군인보다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퇴역외교관 혹은 군인을 임명해 조사의 신빙성과 국민적 설득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국회 차원의 현지조사 활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지난 제1차 현지조사단 파견 때처럼 조사 내용과 과정을 둘러싼 혼선이 재발해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지 않는 길이다.

나아가 정부는 추가파병을 위한 미국과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이라크에 파병되는 한국군의 목적 및 철수 요건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이라크 북부 모술지역에 주둔 중인 미 제101공중강습사단과의 임무 교체시 주변지역에 주둔 중인 미군 및 다국적군과의 업무 분담에 관한 협상도 철저히 이뤄져서 한국군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말이다.

그 밖에도 노무현 정부는 현재 이라크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과도내각으로부터 파병에 관한 정식 요청을 확보하는 외교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유엔과 이라크 국민으로부터의 요청’이라는 명분은 이라크뿐 아니라 주변 중동국가들의 대(對)한국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파병을 단순히 치안 유지라는 군사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기업의 현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경제관련 부처와 민간 경제단체들이 긴밀한 협조 아래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한국군 주둔 모술 지역의 치안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경우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이라크 주민들이 이른 시일 안에 정상적인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경제-외교적 활동 병행하길 ▼

마지막으로, 이번 파병이 이뤄질 경우 일부 사상자의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노무현 정부는 사전에 국민들에게 충분히 숙지시켜야 한다. 한국군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국내에서 이라크 파병에 관한 회의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를 통해 한국군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라크 추가파병은 불가피한 선택일 뿐 아니라 국가 이익을 추구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한 비극적 결과를 수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 국민도 냉정하게 인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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