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투표에 몇%지지면 재신임인가…국민투표 규정 없어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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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의 지지를 받아야 재신임으로 볼 수 있나.’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제안했으나 재신임의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되지 않은 채 논란만 무성해 우선 재신임의 기준부터 정해져야 한다는 비판적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행 헌법은 헌법 개정과 외교 국방 통일 등 국가 안위에 관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130조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거쳐 국회의원 투표자 과반수 투표 및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헌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돼 있을 뿐 국가 안위에 관한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국민투표법에도 투표 절차와 방법 등에 대한 조항만 있을 뿐 재적유권자 과반수 참여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과반수 미만이 투표에 참여하고 51%의 찬성이 나오는 상황도 이론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다.

즉 유권자의 40%가 투표에 참여하고 51%의 찬성이 나올 경우 전체 유권자 중 노 대통령을 재신임한 유권자는 20%에 불과한 데도 이를 재신임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도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를 국민투표 불가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또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3당 대표와 원내총무 회동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측은 “서민들이 먹고 살기도 바쁜 와중에 후보끼리 경쟁하는 대선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묻는 ‘OX 투표’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참여하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대선 때의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고려대 장영수(張永洙·헌법학) 교수는 재신임 국민투표 자체는 위헌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만약 투표가 실시된다면 대선 이상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긴 어렵다. 대선에서도 과반수 투표율을 강제하지 않고 있는 만큼 몇 표 차이가 됐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혼란의 근본원인은 노 대통령 자신이 신임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치권이 우선 이 문제부터 합의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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