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투표, 정치권 합의 멀어지고 있다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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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 국민투표의 연내 실시가 어려워지고 있다. 세 야당은 대표 총무 연석회의에서 수용 불가(不可)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재신임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협의해 달라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요청을 세 야당이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상황이 참으로 혼란스러워졌다. 대통령이 국민투표 시기까지 제시했지만 실시 자체가 불투명해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상황이 정리돼야 한다. 언제까지 갑론을박으로 시간을 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투표 제의가 있고 난 후 일부 부처에서는 그 추이를 보면서 정책도 ‘재신임’에 맞추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 파병도 국민투표 결과를 보고 결론을 내자고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정 공백과 혼란이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역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야당이 요구한 측근 최도술씨 비리에 대해 진상부터 밝혀야 한다. 국민이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최씨 비리에 노 대통령이 관련됐느냐의 여부다. 이 부분이 검찰 수사에서 명백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이로 인한 가파른 대결 정국의 파장이 심히 우려된다.

대통령은 이제라도 작금의 혼란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자성(自省)해야 한다. 마침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가 재신임 제의와 관련해 국정 쇄신과 인적 쇄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 문제를 자체적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재신임 결정은 존중하지만 거기에는 국정쇄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취임 이후 줄곧 야당과 언론 때문에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 노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과 거리가 있음을 말해준다. 대통령의 두뇌 집단인 자문위원회까지도 쇄신의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재신임 국민투표와 같은 ‘승부수’에 집착하기 전에 직속기구의 문제 제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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