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국민투표' 논란]한나라 “노림수에 더 말려들 수 없다”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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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전 대표(왼쪽) 등 한나라당 핵심중진들이 13일 오전 국회 내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경제기자
서청원 전 대표(왼쪽) 등 한나라당 핵심중진들이 13일 오전 국회 내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경제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열린 13일 한나라당은 하루 내내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최병렬 대표가 주재한 상임운영위원회의도 기자들을 물리친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 시정연설 후 국회 대표실에서 서청원(徐淸源) 김덕룡(金德龍) 강재섭(姜在涉) 강창희(姜昌熙) 전 최고위원 등을 만났고, 낮엔 안상수(安商守) 특보단장 등과 오찬을 하며 대응책을 숙의했다.

당내에선 노 대통령의 10일 첫 기자회견 직후 당 지도부의 ‘초동대응’이 미숙해 연일 우왕좌왕했다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한나라당의 혼선에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재신임에 대한 찬성론이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와 달리 불신임 의견보다 높게 나온 것이 한몫했다. 한나라당으로선 국민투표를 수용하자니 승산이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해서 거부하기엔 상황이 너무 진전됐기 때문이다.

이날 난상토론을 거쳐 한나라당은 일단 재신임 국민투표 정국을 정면 돌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정국 상황이 국민투표를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나갔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국민투표의 ‘선결 조건’으로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제시했다.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요구하고, 진상 규명이 늦춰지면 국민투표 시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한나라당측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투표 시기와 관련해 “그게 법률로 정해진 것이냐”라며 “최도술씨 문제가 그때(12월 15일 전후)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늦춰지는 것이지”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저녁 윤여준(尹汝雋) 여의도연구소장과 임태희(任太熙) 대표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14일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연설 원고문안을 최종 손질했다. 이 원고엔 ‘최 전 비서관이 출국 금지된 상태에서 청와대의 힘을 빌려 출국금지를 해제하고 외국에 나갔다 온 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탄핵감’이란 강경한 문구도 담겼다는 후문이다.

이 연장선에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측근 비리 공세를 강화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되찾는 한편 국민투표 불신임 후 정국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대안 마련에 주력함으로써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하니까 걱정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며 “나는 (지금 재신임 여론이 높은 여론조사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정국 반전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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