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재신임 묻겠다"]경제계 “이제 큰일났다”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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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제는 큰일 났다.”

10일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재신임 발표가 나오자 재정경제부의 한 간부 입에서 나온 첫마디다.

이날 경제단체 및 대기업 임원, 경제부처 관료들은 대통령의 발표에 당혹해하면서도 경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국정불안과 경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대통령의 재신임 요청을 철회할 것을 희망했다.

대한상의 이현석(李炫昔) 상무는 “목적이 아무리 순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정치불안과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재신임을 묻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보다는 심기일전하여 국정운영을 새롭게 함으로써 국가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그럴 경우 국민과 기업들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부진”이라며 “재신임 발언으로 정치상황이 불투명해져 투자 결정에 가장 큰 걸림돌인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걱정했다.

다른 경제부처의 간부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정치권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경제 분야를 도와줘야 하는데 대통령의 탈당으로 여당이 없어진 데 이어 대통령 자리 자체마저 흔들리면 어떡하느냐”고 한탄했다.

삼성그룹은 이날 비공식 논평을 통해 “국내외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재신임을 묻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은 국정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신임을 묻겠다는 결정은 국가를 위해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B은행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이 대선 과정에서 거액의 불법 자금을 받은 것은 실망스럽지만 그렇다고 재신임을 물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는 의문”이라며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으로 불안한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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