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무성 “美 불가침 약속땐 核무기 개발 포기”

  • 입력 2003년 10월 3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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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미국의 불가침 약속이 있다면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할 것이라고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의 말을 인용해 모리스 스트롱 유엔 대북특사가 2일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문제 담당 자문역인 스트롱 특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최 부상과 30분간 회담한 뒤 “최 부상은 북한 정부가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국제적으로 합의된 사찰과 검증 절차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점과 북한의 첫째 관심사는 안보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같은 날 외무성 대변인 발표를 통해 “8000여개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를 완료했고, 플루토늄을 추출해 핵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트롱 특사는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약속을 받지 못하는 한 자신의 안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핵 개발을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최 부상은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최선이라는 점을 믿고 있지만 미국의 적대정책이 북한의 핵 개발을 계속하도록 한다”고 말했다고 스트롱 특사는 전했다.

최 부상은 스트롱 특사와 만난 직후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깐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으나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발표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스트롱 특사는 “북한의 발표는 누구도 환영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대답해 협상용일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북한은 종전에도 폐연료봉 재처리를 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여기서 얻은 플루토늄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은 2일이 처음이다.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가들은 북한이 최소한 1, 2개의 핵무기를 이미 개발했다고 믿고 있으며 북한의 주장대로 8000개의 폐연료봉이 재처리됐다면 핵무기 5, 6개를 더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스트롱 특사는 “최 부상과의 회담 중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느냐 하는 데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중요한 점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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