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비자금 수사전망]盧대통령 대선자금으로 불똥튀나

  • 입력 2003년 10월 2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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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승 SK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김미옥기자
검찰이 2일 SK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을 소환함에 따라 정치권에 또 한번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은 손 회장을 상대로 2000∼2001년 SK해운에서 분식회계 등을 통해 2000억원대의 자금을 장부상에서 누락시킨 경위를 조사했으며 수십억원의 비자금이 정치권에 흘러간 정황도 상당부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해운의 비자금 조성 시점과 규모로 볼 때 2000년 4·13총선 또는 지난해 대선 직전에 거액이 구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SK그룹이 구여권 인사 2명에게 20억원씩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손 회장을 상대로 비자금을 건넨 정치인과 구체적인 비자금 전달 경위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SK그룹이 SK해운에서 조성된 비자금으로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직전 민주당에 수십억원대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첩보에 대해 확인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현직 대통령이 관련된 대선 자금 파문을 낳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은 3월 10일 당시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SK그룹도 후원금을 상당히 많이 낸 기업에 속한다”고 발언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 사무총장의 발언 직후 민주당 안팎에서는 SK그룹이 지난해 대선 직전 후원금 10억원을 민주당에 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SK해운에서 조성된 비자금은 여권뿐만 아니라 야당에도 유입됐다는 설이 끊이지 않아 이 수사의 종착역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말도 검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국회의 국정감사 일정을 감안해 손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 결정을 이번주 중 끝내고 다음주 중반부터 SK에서 대가성 있는 돈을 받은 정치인들을 차례로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수사가 정치권 사정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여권 핵심부의 정계개편 구도와 맞물려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는 증거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고 어떠한 정치적인 목적도 없다”며 이런 시각을 경계했다.

따라서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과거 여권 진영이었던 현재의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을 위주로 소환할 경우 민주당 분당 사태나 내년 총선과 관련해 상당한 오해를 받을 수 있으며 적지 않은 반발도 예상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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