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가재도구 경매, ‘30만원’골프채 900만원에

  • 입력 2003년 10월 2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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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소유한 동산 경매가 열린 2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그의 자택 골목길이 경매물품을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찼다. -전영한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소유한 동산 경매가 열린 2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그의 자택 골목길이 경매물품을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찼다. -전영한기자
총감정가 633만원으로 평가됐던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가구 가전제품 진돗개 등 20점이 7800만원에, 30만원으로 평가받던 골프채가 900만원에 경매를 통해 팔렸다.

총낙찰가는 1억7950만원을 기록했다.

2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의 자택 옆 놀이터에서 서울지법 서부지원 주관으로 실시된 경매는 전씨의 소장품 49점을 7개 범주로 나눠 모두 7회에 걸쳐 진행됐다. 이날 경매는 전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열린 것.

가장 먼저 경매 대상에 오른 것은 전씨의 가구 가전제품 진돗개 두 마리 등 20점. 전씨 가족의 ‘손때’가 묻은 물품들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이 경매에서는 매수가격으로 7800만원을 부른 고미술품 거래상 김홍선씨(50)가 낙찰자로 결정됐다. 김씨는 네 번째 경매에서 370만원으로 평가된 병풍과 서예작품 6점을 2000만원에, 다섯 번째 경매에서 감정가 190만원인 동양화 6점을 2050만원에 손에 넣으며 경매를 주도했다.

두 번째 경매 대상인 랭스필드 골프채는 감정가(30만원)의 무려 30배인 900만원을 매수가격으로 부른 조용민씨(62)에게 팔렸다. 감정가 550만원인 도자기 5점은 2500만원에 한상용씨(41)에게, 서양화 5점(감정가 360만원)은 1500만원에 장개환씨(51)에게 돌아갔다.

마지막 경매 대상이었던 커프스버튼, 순은주전자 등 6점은 1200만원을 부른 김흥치씨(57)에게 팔렸다.

이날 경매장에는 낮 12시경부터 응찰자와 시민, 취재진 등 3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들은 경매 물품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전직 대통령 소장품이니 사놓기만 하면 프리미엄이 붙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보였지만 막상 이날 오후 3시 소장품이 공개되자 “비싼 건 다 감춘 것 아니냐” “품질이 너무 조악하다”며 실망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경매에도 예상과는 달리 5, 6명의 응찰자만이 참가해 관심에 비해 경쟁은 심하지 않았다. 진돗개를 사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박모씨(34·여)는 “진돗개가 아니라 완전 잡종개”라며 경매 참가를 포기했고, 송재호씨(45)도 “전직 대통령 물건이라 기대했는데 도자기 병풍 등 대부분의 소장품이 수준 이하여서 살 게 없다”며 발길을 돌렸다.

한편 이날 진돗개를 차지한 고미술품 수집가 김씨의 대리인은 “김씨는 전직 대통령의 물품을 모아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라며 “진돗개는 전씨측에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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