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탈당 앞당겨질듯

  • 입력 2003년 9월 2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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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민주당을 조기에 탈당하는 쪽으로 가닥이 정리돼가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10월 말∼11월 초를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시점으로 잡고 있었으나, 윤성식(尹聖植)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조기 탈당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신4당체제 아래에서 대국회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당 탈당이 선결사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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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27일 기자들에게 “당초에는 상황이 유동적이라고 판단하고 좀 더 관망할 예정이었으나, 지금은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한 얘기였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입장정리에는 민주당에서 적지 않은 의원들이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최근 민주당 내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당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정치적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더욱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문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원내 1당인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인 만큼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분명히 정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들어 청와대 내에서는 탈당 후 거취와 관련해서도 ‘신당 입당’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지면서 ‘무당적 정책연합’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원내 의석비율이 15%선(43석)에 불과한 신당을 앞세워 나머지 3당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인데다 신당 내에서조차 노 대통령의 입당에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민주당 탈당 후 내년 총선까지 신당에 입당하지 않고 4개 정당과 사안별로 등거리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방안도 간단치만은 않은 과제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과도 불신의 골이 깊은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한 야당간의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공산도 적지 않다.

다만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과 4당 원내대표와의 정례회동, 새해 예산안과 관련 법안의 처리를 위한 4당 정책위의장간 협의를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협력관계의 틀을 모색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홍 총무는 다만 노 대통령이 무당적으로 남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중성과 모호성 때문에 얼마나 혼란이 있었느냐. 대통령이 양심과 정직성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당적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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