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盧대통령 ‘코드人事’ 최대시련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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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6일 KOTRA에서 열린 2003년도 하반기 무역진흥확대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받던 중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깊은 상념에 잠겨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KOTRA에서 열린 2003년도 하반기 무역진흥확대회의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받던 중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깊은 상념에 잠겨 있다. -박경모기자
26일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코드 인사’가 최대 시련을 맞았다.

청와대측은 “국회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국정 발목 잡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국회 안팎에선 “그런 인식이 국정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끊이지 않는 ‘코드 인사’ 논란=‘비주류 정치인’의 삶을 살아온 노 대통령과 원내 과반수 정당인 한나라당을 포함한 주류 정치권의 인사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노 대통령은 2월 27일 ‘이장 출신의 40대 행정자치부 장관’ ‘첫 여성 법무장관’ 등이 포함된 참여정부의 첫 내각을 발표하면서 “인사가 파격적인 것이 아니라, (이를) 파격적으로 보는 시각이 타성에 젖어 있는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런 인식은 재야 인권변호사 출신인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과 학자 출신인 서동만(徐東晩) 국정원 기조실장의 임명 강행에 이어, 이번 윤 후보자의 내정까지 이어져 왔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한국 사회의 주류를 냉전적 기득권 세력에서 민주개혁 세력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대통령의 인재풀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코드 인사’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도 “청와대는 이번 인준 실패를 ‘노무현식 코드 인사’에 대한 국회의 견제이자 심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사전엔 ‘국회 존중’이란 없다=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의원은 이날 “인준 실패에 대한 청와대의 첫 반응이 ‘안타깝다’는 것은 선후(先後)가 바뀐 것이다”며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먼저 표명해야 옳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지적처럼 청와대는 인사 문제에 대한 국회의 결정을 온전히 수용해본 적이 거의 없다.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수 정당이라는 정치현실을 들어, ‘거대야당의 횡포’나 ‘반개혁세력의 훼방’ 정도로 깎아 내리곤 했다.

고 국정원장과 서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부적절 의견에 대해 노 대통령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때 행세하던 사람이 나서서 색깔을 씌우고 하느냐”고 맹비난했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에 대해 통합신당 주비위의 한 중진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아군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효과가 있을는지 몰라도, 의회주의가 발달한 선진국 기준에서 보면 ‘노 대통령이 과연 의회주의자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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