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은 무력화되지 않는다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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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언론관을 대할 때마다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한 개인으로 접했던 언론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과 선입관을 국정 최고지도자가 된 지금 언론정책으로 구현하는 것이 옳은지는 논외로 치기로 하자. 그러나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이 국정을 그릇되게 이끈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다.

노 대통령은 엊그제 “(언론이) 자꾸 거짓말로 비방하고 공격하면 신뢰가 떨어져 지금과 같이 1년이 지나면 언론의 공격이 거의 무력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언론이 무슨 거짓말로 어떤 비방 공격을 했는지 묻고 싶다. 언론이 오보를 했을 수도 있다.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오보와 거짓말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최근 대법원이 공직자 감시 비판보도가 쉽게 제한돼선 안 된다고 판결한 것도 언론보도가 공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거짓말’로, 여론을 반영하는 보도를 ‘비방’과 ‘공격’으로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에 대한 일방적 비방이자 공격이 아닌가.

대통령과 정부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언론의 사명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모든 민주국가에서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이 같은 언론의 역할이 민주주의의 필수요건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감시견’으로서의 구실을 못하고 ‘애완견’처럼 권력을 흡족하게 만드는 보도만 하는 나라는 민주사회가 아니라 독재국가일 것이다. 노 대통령이 아침에 신문을 보고 눈앞이 캄캄해진다면 그것은 국정운영이 그만큼 잘못된 탓이지 언론 때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언론탄압을 안 한다고 했으나 세계는 한국을 ‘언론자유탄압 감시국’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바라듯 ‘무력화된 언론’ ‘재미로 보는 신문’만이 존재하는 사회는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이로 인해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언론이 아니라 정부다. 대통령이 왜곡된 언론관으로 어떤 정책을 펴든 몇 년이 지나도 언론은 결코 무력화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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