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국회 임명동의 난기류

  • 입력 2003년 9월 2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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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에 국회가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에 국회가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윤성식(尹聖植)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26일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을 놓고 정치권에 난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신 4당 체제’ 형성 후 첫 국회 인준투표인 만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국회에 가결을 요청하며 평소와는 달리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한나라당 민주당 등은 선뜻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내일 열리는 각 당 의원총회가 임명동의안 가결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각 당의 인사청문특위 위원 13명 중 한나라당 7명, 민주당 2명, 자민련 1명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반면 통합신당 2명과 민주당 1명 등 3명만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등 야권 지도부는 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자칫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여론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단독의석(149)만으로도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137석)으로 통과되는 인준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 상황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 “정해진 게 없다”=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26일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특위 위원장이 의견을 보고하면 각 의원들이 이를 듣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가결 요청 회견소식을 전해 듣고도 “노 대통령의 실정을 인사와 연관지을 생각은 없다”면서도 “(노 대통령이) 불필요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김두관(金斗官) 전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에 이어 윤 후보자 임명동의안까지 부결시킬 경우 ‘거대야당의 횡포’라는 부정적인 여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위 간사인 홍문종(洪文鐘) 의원은 “(윤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부결시켜야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우리는 야당”=박상천(朴相千) 대표는 “우리는 야당이므로 정부에서 임명했다고 무조건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며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민주당 특위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도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여기에 노 대통령에 대해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내일 의원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통합신당, “야당이 야합하고 있다”=통합신당측은 “인준안이 부결될 경우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야권의 부결 움직임을 비판했다.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창의적인 일을 평가하는 감사로 바꾸는 데 윤 후보자가 적격”이라며 찬성 당론 투표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이라도 야당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접촉해야 한다”며 답답해했다.

▽청와대, “설마 이번에도…”=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은 이날 별도로 야당 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지만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대통령 기자간담회도 당초 예정에 없었으나 임명동의안 가결에 야권 전반이 부정적이라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노 대통령이 문 실장과 협의해 오전 9시10분경 부랴부랴 기자 브리핑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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