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미루는 신당파 전국구7人]“욕먹어도 금배지 포기못해”

  • 입력 2003년 9월 24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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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신당에, 몸은 민주당에.’

신당파에 속한 민주당 전국구(비례대표) 의원들이 ‘처신이 분명치 못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복잡한 정치 셈법 때문에 탈당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신당 주비위에 참여했으면서도 민주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전국구 의원은 현재 이미경(李美卿) 이재정(李在禎) 허운나(許雲那) 김기재(金杞載) 박양수(朴洋洙) 조배숙(趙培淑) 오영식(吳泳食) 의원 등 7명.

이들은 24일 민주당과 한나라당 양당으로부터 “선거법상 탈당하면 잃게 되는 전국구 의원직도 놓지 않고, 권력이 제조 중인 신당에도 줄을 대겠다는 박쥐 국회의원”이라는 등의 협공을 받았다.

이들이 모욕적 공격에도 불구하고 당적 유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신당측의 ‘세 부풀리기’에 대한 욕심 때문. 교섭단체로서의 통합신당 의석수는 24일 현재 43명이지만 신당파는 “전국구 7명을 포함하면 현역의원수는 50명”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당파 쪽에선 명실상부한 2당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지역구 51석을 확보할 때까지는 최대한 덩치를 크게 보여야 신당몰이에 유리하고 국정감사에서도 이들 7명의 가세로 ‘수의 열세’를 다소나마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여기에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노리고 있는 이들은 표밭 갈이에 ‘금배지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탈당을 늦춰야 하는 속사정이 있다.

전북 익산 출마를 준비 중인 조배숙 의원측은 “전국구 의원이지만, 익산 지역에 의정보고서를 보내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만일 의원직을 버리면 이런 합법적 사전선거운동이 불가능해진다”고 토로했다. 이미경 허운나 의원도 같은 이유로 민주당의 서울 은평과 경기 분당 지구당위원장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들의 탈당만 기다리는 전국구 승계 순번대기자들의 계산도 복잡하다. 현재 ‘대기순위 0번’인 박금자(朴錦子) 당무위원은 신당 주비위 출범식에 참석했다가 최근 “나는 분열신당을 원하지 않는다”며 민주당 잔류로 선회했다.

서울 영등포을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그로서는 신당파 전국구 의원의 탈당으로 비는 의원직을 차지한 뒤 지역구 활동을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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