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태풍때 공연관람 반응]“내가 찍었던 대통령이 맞나요”

  • 입력 2003년 9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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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가 경남 남해안에 상륙한 12일 저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가족, 비서진과 함께 뮤지컬 공연을 관람한 사실이 알려진 22일 오후부터 청와대 홈페이지(www.president.go.kr)의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글이 쇄도했다.

그동안 이라크 전투병 파병 문제가 주 이슈였던 게시판에는 ‘공연 관람’ 문제로 찬반 논란이 벌어지면서 23일 오후까지 모두 210여건의 의견이 올랐다. 이 중 160건 정도가 노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했고, 노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은 50여건이었다.

‘Ich110’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수재민들이 통곡한다. 대통령은 민심을 바로 알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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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네티즌은 ‘태풍의 아픔은 다시 시작하면 치유되지만, 인간적인 배신은 어떤 것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권위 문제를 떠나서 무서운 민심에게 진정으로 무릎 꿇어 사과하십시오’(바다)라고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대통령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준호)거나 ‘대통령 측근들이 간신배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닌가’(okdhp7), ‘386참모들은 다 어디 갔느냐. 목에 칼을 대고 말려야지’(긴급뉴스)라는 등 청와대 참모진을 꾸짖는 글도 있었다.

노 대통령의 지지자 중에서도 이번 사안을 매섭게 비판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희망이아빠’라는 네티즌은 ‘취임 후 때로 보이는 파격은 신선하기까지 했는데, 이번에는 절망의 나락으로 가는 심정이다’고 실망을 토로했다.

또 ‘진실의 힘’이란 네티즌은 ‘내가 찍었던 눈물 흘리던 대통령이 맞나요.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지지자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대통령이 재해대책본부에서 밤을 새우면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가 주기라도 한단 말인가’(펌돌이), ‘선생님이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것이지,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직접 꼭 가르쳐야 하나’(장독대), ‘대통령도 사람인데, 머리도 식혀가면서 국정을 잘 해보려는데 시시콜콜 이러면 안 된다’(나그네)는 등 노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도 있었다.

동아닷컴(www.donga.com)의 관련 기사에도 수백 건의 의견이 등록됐다. 노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에 의견을 밝힌 독자의 90% 정도는 노 대통령을 비판했으며, 노 대통령을 두둔한 독자는 10% 정도였다.

한 네티즌(tlrdlswhd1)은 ‘노무현 대통령’이란 단어로 다음과 같은 6행시를 지어 눈길을 끌었다.

‘노’대통령, 왜 그러십니까/ ‘무’섭지도 않으십니까/ ‘현’지에서 죽은 사람들의 피맺힌 한이/ ‘대’단하십니다. 정말로/ ‘통’곡을 하지는 못할망정/ ‘령’부인하고 연극관람이라니요.

반면 “대통령도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 휴식도 필요하고 가족간의 만남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이 한창 치열한 와중에서도 며칠씩 휴가를 즐기지 않았는가”(ns0102)라는 등 노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글엔 수십 개의 비판 글들이 따라붙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권혜진기자 hjkwon@donga.com

▼'인당수 사랑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추석연휴인 12일 관람한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는 한국 고전 ‘춘향전’과 ‘심청전’을 뒤섞은 뮤지컬. 서울 성북구 성북2동 ‘삼청각’에서 11일 막이 올라 1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심봉사를 모시고 사는 효녀 심춘향이 고을 원님의 자제 몽룡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몽룡 부친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줄거리. 절망한 춘향은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뒤늦게 이를 안 몽룡도 춘향을 따라 죽는다. 뮤지컬에 판소리와 인형극을 가미한 퓨전 뮤지컬인 이 작품은 2001년 4월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뒤 ‘한국적 색채의 뮤지컬’이라는 평을 받았다. 문예진흥원 사후(事後) 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돼 대학로에서 두 차례 더 공연됐으며 이번이 네 번째 공연.

삼청각 공연은 목∼일요일 및 공휴일에만 진행되는데 180석 규모의 객석이 주말에는 거의 매진되고, 목 금요일 공연도 100석 이상 찰 정도로 인기가 있다.

공연 입장권은 1만원에서 4만원까지. 삼청각은 공연과 한정식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 4종류(8만, 10만, 12만, 15만원)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노 대통령 일행이 구입한 것은 가장 비싼 15만원짜리 ‘매화(梅)’ 패키지다.

노 대통령이 이 공연을 보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공연 내용과 금액을 묻는 문의전화가 평소보다 많았다고 삼청각 관계자는 전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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