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사실상 신당지지]‘정치개혁 주도’ 강력시사

  • 입력 2003년 9월 17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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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사 합동 인터뷰에서 신당 추진 흐름에 대해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민주당의 분당사태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신당 추진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으로 일관했지만 신당 추진 세력을 ‘정치개혁 세력’에 빗댐으로써 신당파 지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개혁 의지를 내비치면서 분당사태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 내분에 대한 견해를 구체적으로 밝혀 신당 추진을 정치개혁 과정으로 규정한 것.

지난해 대선 때 내건 정치개혁 과제로 △지역구도 해소 △투명한 정치 △정당구조의 민주화를 거론하면서 “욕심 같아서는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역량을 가지고 정국을 주도해 가면서 정치개혁을 해보고 싶었고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노 대통령은 강조했다. 그런데도 불개입 선언을 했던 것은 대통령이 나설 경우 오히려 정치개혁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렇다고 마냥 회피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해 향후 신당 추진 움직임에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 분당사태에 대해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에 기대거나 증오와 분노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결속을 유지해왔던 과거 정치 질서의 총체적인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신당 흐름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정치개혁 작업을 직접 추진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

신당 참여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내가 신당에 들어가겠다, 않겠다거나 신당을 지지한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큰 틀로 봐야 한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무게중심은 신당으로 쏠리는 발언으로 일관했다. ‘신당파=개혁세력’, ‘잔류파(호남중심 구주류)=기득권 세력’으로 양분한 데서도 그의 상황 판단을 읽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 구주류 의원들의 공격에 대해서는 “나는 어느 지역을 배신하려고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고 배신하려고 대통령이 된 사람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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