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분당땐 탈당 가능성”…무소속으로 ‘신당 불관여’할듯

  • 입력 2003년 9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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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분당(分黨)의 길로 치달으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여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청와대는 일단 “노 대통령이 당장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탈당할 경우 사실상 신당을 지지하는 모양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천명해온 ‘신당논의 불관여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4일 저녁 여야 대표와의 5자회동에서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여야를 등거리에 두고 국정을 운영하라”며 당적 이탈문제를 거론했을 때도 노 대통령은 “충고로 받아들이겠다”며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근 노 대통령을 만난 뒤 민주당을 탈당한 부산지역의 한 측근인사도 “노 대통령이 ‘내가 탈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친노(親盧)’ 세력 중심의 신당과 비주류 중심의 잔류 민주당 세력으로 분당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노 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계속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럴 경우 민주당을 탈당하되 신당에 입당하지 않고 무소속 상태로 남아 초당적 위치에서 국정운영을 하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이 최근 미국식 대통령제 운영을 강조해온 점에 비춰보더라도 야당 의원들과의 개별적인 정책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오히려 무당적 상태가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핵심측근은 “그동안 노 대통령의 당적 문제는 민주당 해체와 함께 자동적으로 당적이 없어지는 쪽을 상정해 왔다”며 “분당도 해체나 마찬가지인데 일정한 시점에는 선택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지금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탈당은 충격효과가 작은 소극적인 전술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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