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해임안 가결]靑-野, 총선 기선잡기…强 대 强 정국

  • 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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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뒷줄 오른쪽) 홍사덕 원내총무(뒷줄 왼쪽)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활짝 웃고 있다. -김경제기자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뒷줄 오른쪽) 홍사덕 원내총무(뒷줄 왼쪽)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활짝 웃고 있다. -김경제기자
3일 국회에서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가결되고 김 장관이 일단 ‘사퇴 불가’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정국은 급격히 경색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주도한 해임안 공세에 대해 ‘수를 앞세운 거야(巨野)의 정권 흔들기’로 규정하고, 이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해임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의지를 내비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해임안 가결 직후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려 했던 김 장관을 청와대가 적극 만류한 배경에도 이번에 야당의 공세에 밀리면 정국 운영이 어렵다는 청와대의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는 또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공방이 내년 총선을 앞둔 기선잡기 성격도 짙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준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해임안을 거부한 전례(前例)가 없다는 점은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일단 참석하기로 입장을 정리하기는 했으나 4일로 예정된 청와대 ‘5자회동’도 부담스러운 듯하다.

청와대측이 이날 해임건의안 가결 직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부담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상황이 정리된 4일경 자연스럽게 해임안에 대한 부당성을 부각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번 해임안 처리 표결을 통해 당내 결속을 굳혔다고 판단, 노 대통령 등 여권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 차원 높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청와대가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경우 ‘의회정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해 공세의 날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정기국회 기간 중 국정감사 등을 통해 파상적인 대여 공세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소 명분이 약한 해임안을 강행 처리함으로써 정국 파행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은 한나라당측이 ‘넘어야 할 산’이다. 여야 관계가 경색될 경우 그동안 한나라당이 주도해 온 경제살리기 등 초당적 공조 방안이 무산될 공산이 큰 것도 한나라당엔 부담스러운 듯하다. 특히 부산 경남(PK)권에서 일 수도 있는 ‘김두관 동정론’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해임안 가결은 민주당의 신당 논의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거야의 횡포’에 대한 위기의식을 절감하며 당내 화합의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한나라당의 명분 없는 밀어붙이기로 인해 당 갈등이 봉합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신당 논의 과정에서 주류-비주류간 대타협을 찾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해임안이 전 국민적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극적인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의 극한대치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마냥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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