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미국식대통령제' 발언]‘親盧신당 정계개편’ 수정한듯

  • 입력 2003년 8월 25일 18시 42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지금 우리는 전형적인 형태로서의 미국식 대통령제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1차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그렇게 해서 미국의 대통령과 의회간의 관계와 유사한 관계를 설정해 나가는 방향으로 정부의 중심을 잡아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취임 6개월을 맞아 전국 공무원 1만5000명과 온라인 대화를 가진 자리에서 “한국의 정당은 내각제처럼 집단적 통제력이 행사되는 구조를 갖고 있고, 정부형태는 대통령제여서 대통령과 정당이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 결국 당내 분란에 대통령이 휘말려들어 행정부가 중심을 잡기 매우 어렵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말 대선 승리 직후 밝힌 국정운영 구상과 비교할 때 상당한 궤도 수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내년 4월 총선을 기점으로 해 자신의 임기 5년을 국정 1기와 국정 2기로 구분하면서 국정 2기(총선 이후)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을 넘겨줌으로써 ‘대통령’과 ‘다수당’이 권력을 분점하고, 경우에 따라선 대통령이 소속하지 않은 정당과 권력을 공유하는 ‘동거 정부’ 탄생의 가능성도 열어놓았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4월 임시국회에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독점하지 않는 제도의 도입’을 전제로 제안했던 프랑스식 대통령제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아무튼 노 대통령이 이날 밝힌 구상을 종합하면 결국 내년 총선 이후의 국정 2기 역시 당정분리 원칙 아래 정치권과의 거리두기를 계속하면서 행정부는 대통령 고유의 권력으로 초(超)정파적인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내년 총선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 분명한 소수파 수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결국 여야 개념이 없이 정책 중심으로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협력하는 미국식 대통령제의 운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이날 경제지와의 합동회견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요구한 것을 한나라당이 대부분 통과시켜줬다. 정책에 관한 한 밀월시대다”고 평가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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