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南北충돌' 파장]“긁어 부스럼 될라” 몸사리는 檢-警

  • 입력 2003년 8월 25일 18시 31분


24일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북한기자단과 보수단체가 충돌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 등 수사당국은 일단 양측을 모두 조사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양측의 반발로 인한 대회 파행과 남북관계의 급속한 냉각 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수사당국은 북한기자단에 대한 신변보호를 강화하고 보수단체들의 대회장 부근 집회를 철저히 차단하는 등 유사사건의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집회 성격과 처벌 여부=사건 발생 직후 보수단체 집회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검찰과 협의한 경찰은 보수단체들이 신고가 필요 없는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가 ‘정치적 성격’의 집회로 변질시켰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경은 보수단체 회원들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보수단체의 집회에 흥분한 북한기자들이 반발해 빚어진 우발적 충돌로 서로 피해를 본 데다 처벌을 전제로 조사하기에는 보수단체의 ‘위법성’이 파악되지 않기 때문.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이 북한측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기자들에 대해서도 역시 조사와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들은 국내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원인을 따지기에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

대검 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대회조직위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정도면 대회 진행에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면서 “검찰이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면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 고위관계자는 “대단한 사안도 아니니 조용히 있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책임 논란과 사후대책=하지만 책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 경찰력이 있었음에도 충돌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북한기자단의 신변보호 및 경비는 국정원 책임”이라며 “경찰은 북한기자단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북한기자단을 무조건 저지할 경우 북한측이 경찰의 비호 아래 남한의 보수단체가 북한을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했다고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찰은 당시 현장상황과 관련해 국정원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윗선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원측은 “우리는 행사가 잘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 책임문제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며 논란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경찰은 경기장 프레스센터 등 ‘특별치안구역’에는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가급적 허용하지 않기로 했으며 허용하더라도 필요할 경우 경찰력으로 에워싸 일반인의 접촉을 막기로 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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