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동맥경화 걸렸다" 정대철 각성 촉구

  • 입력 2003년 8월 19일 00시 15분


“당·정(민주당과 정부)이 동맥경화증에 걸린 것 같다. (현 국정 위기에 대한) 깊은 상황 인식이 없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 우려가 충분히 있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정책조정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하락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이 전했다.

정 대표는 이날 “비공개로 말하겠다”며 취재진을 물리친 뒤 ‘작심한 듯’ 여당과 정부, 청와대간의 정책 조정작업이 잘 안 되고 있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며 “취약한 개혁 기반, 수구세력의 반발이라는 외부 요인 이외에 (당·정·청간) 조정 조율 타협의 정치 메커니즘 실종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이 신당 논의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우리가 여당인가’ 자책할 때도 많다”면서도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가 민주당을 (여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나는 노 대통령과 함께 무한책임을 느끼며 같이 갈 사람”이라며 “당·정·청이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 대표의 이날 발언은 참모들과 사전에 문구 협의까지 했을 정도로 철저히 준비된 것이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고건(高建) 국무총리는 정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정·청간 관계를 깊이 자성하고, 좀더 긴밀한 관계를 설정하자는 말씀”이라며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별도의 자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고 총리는 “40년 공직생활 중 최근 6개월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이정우(李廷雨) 정책실장,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인사들은 정 대표 발언을 무거운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