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에서 돌고 돈 청와대 인사

  • 입력 2003년 8월 1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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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비서실 개편인사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이런 식의 인사는 전문성과 다양성이 강화되기를 기대했던 여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변하겠지만 잘못된 인사로 인해 국정 혼선이 거듭된다면 그 폐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일반적인 지적은 전문성과 다양성의 부족이었다. 386 대선 공신들 위주로 채워진 비서실이 국정을 꼼꼼히 챙길 수 있을 만한 업무수행능력이 있는가, 살아온 경로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 이해하고 수용할 만큼 사고가 열려있는가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인사를 통해 업무에 정통하면서도 끼리끼리 식의 독선에 빠지지 않을 새로운 대통령비서실을 기대했던 것이다.

신상필벌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미 자격 미달로 검증이 끝난 사람을 다시 썼고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번 인사를 두고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느니, 한번 측근은 영원한 측근이라는 등의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불만의 소리가 높다고 한다. 아무리 건의를 해도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고 하니 대통령이 벌써 ‘측근의 장막’에 갇힌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인사에 총선 요인을 고려한 것도 잘못됐다. 내년 총선에 내보내기 위해 상당수 비서관을 사퇴시켰고, 측근인 최도술 총무비서관에게는 노 대통령이 직접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부산 북-강서을 출마를 권유했다니 대통령비서관이라는 자리가 선거용 명함이나 만들어 주는 자리인가. 지난 6개월간 청와대가 국정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총선에 내보낼 인물이라면 애초 대통령비서관으로 쓰지 말았어야 했다. 더 이상 총선용 차출은 없어야 한다. 총선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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