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진 '땜질 人事'…정무엔 盧 386측근 전진배치

  • 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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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발표될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가 전문성보다 386 핵심측근 위주의 내부 순환인사에 치우친 것으로 밝혀져 비서실 인사개편의 방향을 놓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386 핵심측근들을 집중배치하고, 전면개편론이 일었던 홍보수석실도 ‘땜질식’ 자리 메우기에 그친 것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경직된 용인술(用人術)을 우려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전문성을 도외시한 ‘땜질’식 순환인사=새 정부 출범 때부터 총선출마 희망자들의 ‘경력 쌓기용 코스’라는 비판을 받았던 정무수석실은 이번에도 정치성향이 짙은 노 대통령의 386 핵심측근들로 채워졌다.

정무기획비서관에 내정된 천호선(千晧宣)씨나 정무1, 2비서관에 각각 내정된 서갑원(徐甲源)씨와 김현미(金賢美)씨는 대통령 측근으로 한때 총선출마를 고려했던 인물들. 대국회 업무를 맡는 정무비서관 자리에 국정경험이 일천한 이들 386세대가 전진배치된 것은 무엇보다 노 대통령과의 ‘코드’를 중시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언제든지 총선용으로 차출할 수 있는 ‘비상카드’라는 점에서 이번 인선이 이들의 ‘경력 쌓기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대수술’이 예상됐던 홍보수석실의 경우 이해성(李海成) 수석 교체 외에는 순환보직 차원의 이동인사에 그쳤다. 잦은 말실수로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였던 송경희(宋敬熙) 전 대변인을 국내언론비서관으로 재기용한 것은 온정적인 인사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반면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에 대한 부실조사로 물의를 빚은 민정수석실의 경우 아예 개편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아 언론 비판에 개의치 않는 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보여줬다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의 실망=비서진 전면개편을 주장해 온 민주당에서는 “한번 쓴 사람을 계속 쓰는 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며 “이는 ‘인재풀’의 한계에 부닥친 결과”라는 자조까지 흘러나온다.

주류측의 한 초선 의원은 “청와대 내부의 주체적인 역량이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자꾸 꼬이고 있다”고 실망스러워 했다. 다른 의원은 “할 얘기는 많지만 지금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건의를 해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데…”라며 언급을 피했다.

386세대의 한 당직자도 “밀려나야 할 사람이 더 중용된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했고, 다른 친노(親盧) 당직자는 “의원 경험도 없는 386측근들을 당쪽에서 누가 만나주겠느냐. 청와대를 돕고 싶어도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책실 관료출신 영입 움직임=한편 정책실엔 경제부처 관료 출신들을 잇달아 영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기획예산처 출신의 김성진(金成珍) 전 사회예산심의관이 정책관리비서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김영주(金榮柱) 재정경제부 차관보가 정책기획비서관에 내정된 것은 경륜이 풍부한 관료 출신들을 중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최근 각 부처에 유능한 국과장급 직원들을 적극 추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정책실과 대통령직속 위원회엔 앞으로 관료 출신들이 상당수 배치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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