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이 12일 “2000년 총선 때 권 전 고문이 ‘현대가 100억원을 준비했다’는 얘기를 김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하자 5시간쯤 뒤 이 변호사는 “선후 관계가 바뀌었다. ‘부정한 돈을 받지 말라’는 김 전 대통령의 사전 당부에 따라 권 전 고문이 돈을 받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13일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 변호사가 일부 기자들에게 “김 전 대통령 지시로 110억원을 빌렸다”며 ‘DJ’를 다시 언급했고, 몇 시간 뒤 이 의원이 기자실을 찾아와 “DJ는 ‘정 부족하면 빌려서 하라’는 일반적 얘기만 했을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두 사람은 “와전된 내용을 바로잡은 것이다”고 말하고 있지만, DJ가 관련된 예민한 사안을 별 생각 없이 불쑥 내뱉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당내에선 “(현 정권과 검찰에 부담을 주기 위해) DJ를 끌어들이긴 해야겠는데, 정면 거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은 슬쩍 흘리고 다른 사람은 이를 덮고 하는 식의 역할 분담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권 전 고문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이를 일축하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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