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친구라서?" 조사 연막작전

  • 입력 2003년 8월 6일 0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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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 대통령제1부속실장에 대한 ‘몰래 카메라’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지검이이 사건과 관련된 일부 인물들의 소환사실을 취재진이 알지 못하도록 연막을 치는 등 ‘과잉보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주지검은 5일 아침 일찍 당시 술자리에 참석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56)를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추유엽(秋有燁) 차장검사는 4일 오후 11시경 지검 1층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5일 오전 9시까지 소환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연막을 쳤다. 그러나 정씨가 조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이 이날 오전 9시경 취재진에 포착됐으며 정씨는 “밤에 왔다. 괴롭다”고 짤막하게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검찰은 이에 앞서 2일 밤 ‘몰카’ 사건 수사를 의뢰한 양 실장을 비밀리에 불러 의뢰인 조사를 벌였다. 당시 양 실장은 오후 8시반경 도착해 3시간가량 조사받았다.

검찰은 대통령의 고교 동기와 측근인 정씨, 양씨의 언론 노출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배려를 해준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추 차장검사는 “참고인에 대한 조사 일자와 시간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정한다”며 “정씨는 5일 오전 7시경 검찰에 나와 약 2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씨가 4일 오후 주임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출두 일정을 밝혔으며 검찰이 일부러 취재진을 따돌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후 3시경 K나이트클럽의 실질적 소유주 이모씨를 재소환해 양 실장이 나이트클럽으로 온다는 사실을 누구에게서 전해 들었으며 이 사실을 측근들에게 알려 술자리를 마련토록 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양 실장의 방문 계획이 갈등 관계를 빚었던 주변 인물들에게 유출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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