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사업 장기표류 가능성…주채권銀 반대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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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대북(對北)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주채권은행들도 고(故) 정몽헌(鄭夢憲·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관할 계열사들의 대북사업 참여를 반대하고 나섰고 현대중공업도 대북사업을 승계할 수 없다고 밝혀 대북사업이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자동차의 이용훈(李龍薰) 홍보담당 전무는 5일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 앞에서 현대차 그룹은 대북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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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무는 “대북사업의 참여는 철저한 시장경제논리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현대차가 대북사업을 맡을 경우 46%가 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빠져나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계열분리된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계열분리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핵심사업에만 전념할 것”이라며 대북사업 승계 가능성을 배제했다.

현대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MH 계열의 대북사업 참여도 묵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외환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대아산은 은행 채무가 없기 때문에 은행이 특정 사업행위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며 “다만 현대상선 현대종합상사 등 다른 MH 계열사들이 대북사업에 참여한다면 여신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 대출금 만기연장을 하면서 ‘2004년까지 대북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현대종합상사는 채권단 공동관리가 결정돼 이달 말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 현대증권 현대오토넷 등 다른 MH 계열사들도 대북사업을 이어갈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경영권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북사업을 수행해 온 현대아산은 4500억원의 자본금이 완전 잠식돼 외부자금 지원 없이는 대북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대아산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뒤 “금강산 관광을 중단 없이 계속하는 것이 정몽헌 회장의 뜻”이라며 “금강산 관광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줄 것을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민간기업 대신 정부나 공기업이 대북사업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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