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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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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3일 “2001년 1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을 때보다 더 자세한 ‘액션 플랜’이 담겨 있다”며 “법리 공방을 야기할 특단의 조치도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언론 소송 전담 전문기관 설치=노 대통령은 2일 “평가성 기사라도 논박하고 법적 대응을 하는 게 가능하며, 매우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기사는 민사 소송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한 전문기관과 예산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언론 소송 등 각종 대응은 사안별로 각 부처에서 해왔으나 이를 따로 전담하는 기구를 만들어 전 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학계에서는 “지금도 대언론 소송이 남발되는데 전담 부서를 두고 칼럼, 사설 등 평가성 기사까지 문제를 삼겠다는 것은 대언론 소송 및 중재 건수를 늘려 신뢰도 저하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가 정부 출범일인 2월 25일부터 7월 23일까지 언론사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신청한 정정·반론 보도 청구 건수는 30건이며 이중 중재위에 신청한 18건은 같은 시기 김대중 정부의 2건에 비하면 9배나 된다.
한국외국어대 김우룡(金寓龍·신문방송학) 교수는 “청와대가 전두환 정권의 공보처를 부활시키겠다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발상을 하고 있다”며 “쓸데없는 조직 신설로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시민의 언론 선택권’ 논란=“법 집행을 한 뒤 공정한 경쟁이 되면 시민들이 언론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신문 소비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단 신문고시 등의 조기 시행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법 집행은) 신문고시나 공정위의 기능을 말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문화산업진흥기금 융자를 통한 일부 신문들의 공동배달제 지원’ 등 일부 매체에 대한 특혜 조치를 통해 시장 개편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월에 개정된 신문고시에 대해 신문공정경쟁위원회가 “언론의 자율적인 시장감시가 무의미해졌다”며 전원 사퇴한 데서 보듯, 이에 대한 언론계 및 학계의 비판이 만만치 않다.
한림대 유재천(劉載天·언론정보학) 교수는 “신문이 기사라는 콘텐츠보다 경품 등으로 독자를 유인하고 있다는 판단은 위험하다”며 “각 신문은 논조와 독특한 콘텐츠 가공 능력 및 의제 설정 등으로 독자들의 최종적인 심판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의 편집·인사권, 지배구조 개선=노 대통령은 “언론과 시민사회가 언론의 편집, 인사권과 지배구조 개선을 하도록 기다리고 국회가 있으므로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게 좋겠다고 지금까지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나 언론 관련 노조를 축으로 한 정간법(정기간행물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운동을 촉구하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무소속 이부영(李富榮), 민주당 심재권(沈載權) 의원 등 여야 의원 27명이 지난해 2월 공동 발의한 정간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주목 대상이다. 이 개정안은 노사가 참여하는 편집위원회 및 편집규약 설치, 언론사 경영 자료의 문화관광부 보고 의무화, 언론사 겸영 제한 및 대기업 소유지분 제한 강화(50%→33%) 등을 새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상임위원회인 문화관광위의 소위원회에도 상정하지 못할 정도로 여야간에 이견이 큰 상태여서 당분간 법제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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