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언론비판 파문]변재일 “건전한 비판 수용방안 찾아야”

입력 2003-08-03 18:40수정 2009-09-2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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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 언론을 강도 높게 비판할 때 ‘기자에게 청탁이 아닌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등의 온건 발언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강경 발언 속에 묻혀 버렸다.

이날 토론회에선 오홍근(吳弘根) 전 국정홍보처장이 ‘건전한 언론관계’를 주제로 비공개 특강을 했고, 이를 토대로 분임 토의를 한 결과를 변재일(卞在一) 정보통신부 차관과 최영진(崔英鎭) 외교안보연구원장이 각각 발표했다.

다음은 변 차관의 발표 요지.


“불필요한 (언론)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책 구상 단계부터 충분한 정책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 기자를 접촉해 좋은 보도가 나왔을 때 인센티브가 없다. 반면 기자를 접촉해 나쁜 기사가 나오면 심한 질책이 따른다. 기자에게 청탁이 아닌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건전 비판은 수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기자와 어디서 적극적 접촉하나. 술집 아니냐”며 “‘적극적 접촉’은 득 될 것이 없으니, 공식적 브리핑을 활용하자”고 반박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최영진 원장은 변 차관의 해법과는 전혀 달랐다.

“(기자의) 정부 사무실 출입이나 (신문)가판, 기자 접촉, 기자 접대는 없어져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이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참여정부에서는 결단을 내렸다. 가판에 불리한 기사가 보도되면 건전한 대응보다는 기사 빼달라고 부탁했다. 어느 차관은 비를 맞으며 기사를 빼기 위해 나갔고, 장관은 목을 빼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을 봤다.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공무원의 일할 권리도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많은 부처에 대변인은 없고, 공보관밖에 없다. 기자들에게 술 사주고 하는 것이 공보관의 역할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거나 장관이 직접 나선다. (그러나 그것은) 사자 앞에 양을 던지는 것과 같다. 대통령의 방미외교 성과는 좋았으나 우리 언론은 본질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 잘했다는 기사는 읽어 보질 못했다. 대변인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는데 유사법제로 모든 것이 덮였다. 중국에서도 좋은 평가 없었다. 대변인은 부처의 3번째 자리에 둬야 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에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장관은 “대변인이 ‘넘버3’ 안에 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장관회의 때 장관 옆자리에 대변인이 앉아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대변인을) 1급으로 할 경우 언론과 야당이 손발을 기가 막히게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우려가 있다. 어렵더라도 장차관들이 앞장서서 상황을 극복하고 합리화해 나가고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낙정(崔洛正) 해양수산부 차관은 “기획관리실에서 대변인 업무를 맡고, 공보관을 기획관리실장 밑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양균(卞良均) 기획예산처 차관은 “당사자가 (언론 상대로) 소송하려면 엄청 힘들다. 변호사 선임 등의 문제가 있다”며 “국정홍보처에 법적 지원팀이 있어, (대언론 소송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은 “오보나 소송에 대해 문의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풀(공동취재)기자로 취재한 한 기자는 “(기자로서) 심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껴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했었다”며 “일부 ‘언론의 횡포’가 있다 해도 다수의 기자들을 이렇게 매도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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