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도덕성 해이’ 파문…양길승실장 술집-호텔 향응받아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23분


코멘트
양길승 부속실장
양길승 부속실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일정 등을 보좌하는 양길승(梁吉承·47) 대통령제1부속실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충북 청주 지역의 유지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양 실장은 6월 28일 청주시에 있는 한 식당에서 민주당 충북도지부 간부 및 당원 50여명과 저녁식사를 한 뒤 일부 참석자 및 지역 인사 5, 6명과 함께 청주시내 K나이트클럽으로 옮겨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다. 전체 사실을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정확하게 파악해서 재조사하라”며 “그 결과 문제가 있다면 인사위원회에서 논의해 8월 말로 예정된 정기인사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고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이 밝혔다.

▼관련기사▼

- 사면초가 盧 출구는…
- 당초 “불가피한 술자리” 얼버무려
- 한나라 "국정 중심부 기강 무너져"

양 실장은 3만원 이상의 금전 선물 향응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청와대 직원 윤리규정을 어긴 것이다.

이에 앞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이달 초 양 실장의 술자리 사건이 지역 언론에 보도된 뒤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 ‘당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술자리에 합석하게 된 것이다’는 결론을 내리고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양 실장에게 구두로 주의 조치했다. 이 사실은 당시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에게만 보고됐으며, 노 대통령은 보고를 받지 않았다.

술자리에 합석했던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모씨는 당시 경찰에서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수사 무마 청탁 의혹도 일고 있다.

양 실장은 술자리가 끝난 뒤 R호텔 스위트룸에서 잠을 자고 이튿날 서울로 돌아왔다. 양 실장이 묵은 방은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청주시를 방문했을 때 이용했던 방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 실장은 이날 해명서를 내고 “술자리에 있었던 이씨는 ‘대선 때 고생한 사람’이라고 해 처음 인사를 나눴고,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면서 “수사 무마 명목으로 향응을 제공받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양 실장은 또 “그날 저녁식사만 하고 서울로 돌아오려 했지만, 참석자들이 붙잡아 술자리에 가게 됐고 숙소도 미리 예약해 놓아 자게 됐다”며 “청와대 윤리규정을 위반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양 실장이 이번 파문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1일 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