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에는 최 대표가 시내 모처에서 이 전 총재에게 식사를 모시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했으나 이 전 총재가 자신의 감기 기운을 이유로 "집에서 편하게 식사나 하자"고 거꾸로 초청, 최 대표가 옥인동을 찾게 됐다.
음식은 이 전 총재의 부인인 한익옥(韓仁玉) 여사가 직접 준비했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물린 채 두 사람만이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들었다고 한다. 이 전 총재는 "어려운 시기에 대표를 맡게 됐으니 잘 해주기를 바란다"며 최 대표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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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주로 국내 경제문제와 안보문제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특히 민생경제의 어려움과 실업문제, 북한핵문제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에 대해 진솔한 의견를 나눴고 대화도중 나라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전했다.
한때 이 전 총재의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샀었던 '삼고초려(三顧草廬) 발언과 관련, 최 대표가 먼저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의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는 뜻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한 얘기였다"고 해명하자 이 전 총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그냥 웃어넘겼다고 한다.
두 사람은 또 최 대표의 이 전 총재 상가 방문 이후 '최 대표-이 전 총재 갈등기류' 등을 다룬 언론보도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눴다. 최 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박 대변인을 통해 "일부 언론에서 오해하는 것처럼 (이 전 총재와) 그런 불편한 관계는 전혀 아니다"라고 갈등설이 근거가 없음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그러나 이 전 총재를 직접 대면한 이날 회동에서 내년 총선에서 이 전 총재가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옥인동 자택에서 한나라당 중진뿐만 아니라 386세대 옛 측근들도 잇달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중 상당수가 내년 총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고 최근에는 개혁적 보수 성향의 사회운동단체를 결성하기도 해 면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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