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표, 청와대에 문책 요구 파문

  • 입력 2003년 7월 24일 1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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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시티 분양비리 검찰 수사와 관련, 여권 내 386세대 실세들이 민주당 주류 중진들의 물갈이를 겨냥하고 '386 음모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24일 청와대에 문책인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 대표는 24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청와대는 당정 협의에 어긋나는 일을 자제시키고 문책인사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따로 만나 청와대 문책인사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에 "필요하면 조치하라는 뜻으로, 원론적으로 얘기한 것이다"며 "지금 다 까발릴 수는 없지만, 이 사람들 나중에 하나씩 구체적이 드러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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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의 한 측근은 "정 대표는 굿모닝시티 사건 검찰 수사에 청와대 386 참모들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며 "정 대표가 말한 문책인사는 음모론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들 386 참모들을 정리하라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청와대 386 참모들이 검찰 내 인맥을 통해 굿모닝시티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정황증거도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 측이 '386 음모론'을 기정사실화하며 문책 공세를 한데 대해 김원기(金元基) 고문 등 민주당 주류 중진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내부적으로는 '386 음모론'이 사실일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 대표의 이번 문제제기가 여권내부의 심각한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주류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안희정(安熙正)씨의 '세대교체' 발언, 굿모닝시티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언론보도 문제 등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386 실세들이 주류 중진들을 제거하고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진들로서도 대응이 불가피한 만큼 여권 내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정 대표 발언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뭐라고 하긴 어렵지만 정 대표의 심경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며 "금명간 정 대표를 만나 진의를 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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