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21일 '정치자금 공개' 기자회견]내년 총선겨냥 정면돌파

  • 입력 2003년 7월 20일 18시 46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1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정치자금에 관한 견해를 밝히기로 한 것은 15일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 등 참모들을 통한 대선자금 공개 제안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야가 동시에 대선자금을 공개하고 검증을 받자는 제안은 한나라당이 ‘물귀신작전’이라고 비난하면서 즉각 거부하는 바람에 새로운 정쟁거리가 됐고, 시민단체에서는 ‘민주당이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는 등 논란만 낳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면돌파’라는 의미까지 부여했던 청와대와 노 대통령으로서는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물론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민주당이 먼저 대선자금 내용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 변화의 불씨는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자금 논란을 정치개혁 추진의 시발점으로 삼아 내년 총선까지 정치개혁을 주요 이슈로 끌고 가려 했던 노 대통령으로서는 새로운 제안이 또 다른 정쟁의 불씨가 되고 마는 지금의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견에서 특히 야당을 강하게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솔직히 야당도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감히 청하지는 못하지만 극히 바라던 바) 아니겠느냐. 괜히 불씨를 안고 있는 것보다는 이번 기회에 명확하게 정리하고 가는 게 야당에도 좋을 것이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대선자금 공개 및 검증과 정치개혁안 입법의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해 자신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정치개혁 입법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은 내년 총선이 지금까지의 선거처럼 지역 대결구도와 돈 선거로 치러질 경우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정치권 내의 구(舊)정치세력이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노 대통령으로서는 총선 이후에 개혁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번 회견에서 여야가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에는 새로운 시빗거리만 낳을 수도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