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세계]이라크戰 후 北 ‘미국의 힘’ 현실로 인정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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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북한이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시인해 핵 위기가 고조된 이후 4차례 (8∼11차) 열린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측의 현실인식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최근 신라호텔에서 열린 11차 장관급 회담 기간 중 북측 인사가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보인 능력과 관련해 “야, 과연 미국 놀랍단 말이야”라고 감탄하는 것을 자주 듣고 북한의 변화를 실감했다.

1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9차 회담 때만 해도 북측은 “칼이면 칼, 총이면 총,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 미국과 못 붙을 것 없다”고 호언했었기 때문이다.

다른 당국자는 “북측의 한 인사는 ‘(대화를 통한 핵포기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이란 것이 진짜로 가능하냐’는 말을 자주 물어왔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관영 매체를 통해 “핵문제는 미국과 다룰 문제”라며 핵포기를 일축해온 것과는 달리 속마음의 일단을 내비친 것이기 때문.

북한이 11차 회담의 첫날인 9일 공동보도문 초안에서 ‘핵 문제는 …’이란 표현을 넣어 핵문제를 먼저 제기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

통일부 당국자들은 “10차 회담 때까지만 해도 북한은 핵 문제의 ‘ㅎ’자도 거론하려 들지 않았다”며 “때문에 회담 기간 내내 남측은 ‘핵’이란 말을 최종 공동보도문에 어떻게든 집어 넣기 위해 줄다리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한편 11차 회담 둘째날인 10일 밤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이 김영성 북한 내각 책임참사와 3시간 동안 수석대표 단독접촉을 가졌을 때 김 참사가 북핵 문제의 심각성에 관한 정 장관의 ‘강의’에 가까운 설명을 참을성 있게 경청한 것도 큰 변화였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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