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라디오 주례연설 무산

  • 입력 2003년 7월 16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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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매주 1차례씩 KBS 제1라디오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이 방송 방식을 둘러싼 청와대와 KBS간의 이견으로 일단 무산됐다.

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16일 “KBS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노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정책방향에 대해 호소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라디오 주례연설을 추진해 왔으나 KBS측과의 의견차로 잠정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수석은 “KBS는 자사 프로그램에 대통령이 출연하는 방식을 원했고 청와대는 미국에서처럼 대통령 연설을 기술적으로 방송해주고 다른 방송사에도 방송내용을 제공하는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합치가 되지 않아 여러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취소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또 “방송사 제작진은 당초 합의와 달리 방송사와 청와대가 주례연설 주제를 함께 협의하자고 했으며 KBS 프로그램 진행자의 대통령과의 대담도 요구하는 등 요구 정도가 점점 높아졌다”며 KBS측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KBS 라디오제작센터 정초영 라디오1국장은 “KBS는 생방송으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청와대가 사전 녹음 방식으로 하고 다른 방송사에도 내용을 동시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오면서 서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녹음 내용의 뉴스 가치를 판단해 방송 여부를 결정하려고 하던 시점에 청와대가 녹음을 맡아줄 것을 제안해 와 거절했다”고 말했다. 라디오제작센터의 다른 관계자는 “KBS가 주례 연설을 청와대에 먼저 제안한 것이 알려진 뒤 MBC 라디오가 ‘손석희의 시선 집중’을 통한 독점 중계를 제안했고 SBS가 주례연설 녹음을 맡게 됐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등 방송사간 과열 경쟁이 벌어지면서 청와대가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이 수석은 다른 방송매체와의 대통령 주례연설 추진계획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 대통령의 KBS 라디오 주례방송이 취소됨에 따라 SBS 라디오가 추진하던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의 주례방송도 취소됐다. SBS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주례방송이 취소된 만큼 최 대표의 방송을 추진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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