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투톱' 黨內 질타에 진땀]운영委 "제왕적 대표냐"

입력 2003-07-10 18:56수정 2009-09-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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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崔秉烈) 대표-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의 한나라당 새 지도체제가 출범한 지 보름 만에 거센 ‘당내 역풍’을 만났다. 10일 운영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터져나온 비판은 외견상 새 지도부의 당 운영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 대표 경선에서 접전을 벌였던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측 인사들이 최 대표 비판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당내 주류-비주류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역대표 운영위원 40명 중 31명이 참석한 이날 운영위원회의는 최 대표 성토장이었다.

최 대표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경기도 대표 운영위원 7인 중 한 사람인 김용수(金龍洙) 고양 덕양을 지구당위원장이 ‘작심한 듯’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대표 경선 때 최 대표와 접전을 벌인 서 전 대표 캠프의 핵심인물.

김 위원장은 회의 전 안건 통보가 없었다고 운영 방식을 거론한 뒤 “최 대표의 요즘 언행은 ‘제왕적 대표’처럼 여과 없이 언론에 나가고 있다”며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향식 공천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탈당파에 대해선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는데 남은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고 최 대표를 몰아붙였다.

그는 또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을 두둔한 것도 그렇고 ‘대통령 불인정’ 발언으로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했다”며 “이런 식이라면 운영위원은 ‘거수기’이고 분권형 지도체제를 망각한 자세”라고 비난했다. 그는 개혁파 의원 5명이 탈당하던 날(7일)에 맞춰 송광호(宋光浩) 의원의 입당식을 치른 당 지도부의 ‘구태’도 문제삼았다.

김 위원장에 이어 최수영(서울 성북을) 김도현(서울 광진을) 지구당위원장 등 ‘서청원맨’들이 ‘동반 사격’에 나섰다. 특히 최 위원장은 “최 대표는 인치(人治)가 아니라 법치(法治)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공격했다.

최 대표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나 심사는 편치 않아 보였다. 최 대표가 마지막으로“(의원총회가 있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회의를 공개할지, 비공개로 할지 결정해 달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 등은 즉각 공개 진행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무성(金武星) 의원이 “원래 회의는 비공개였다”고 무마해 가까스로 상황을 넘겨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의총 "사쿠라 총무냐"▼

10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의총에 보고도 하지 않고 대북 비밀송금 특검법안을 고쳐 법제사법위를 통과시킨 홍사덕 총무를 일제히 비난했다. 홍 총무는 취임 10여일 만에 ‘사쿠라’, ‘황당 총무’ 같은 모욕적인 언사를 들었다.

이해구(李海龜) 전 대북뒷거래특위 위원장은 “원안대로 처리한다는 당론을 마음대로 무시한 것은 독선적인 국회운영이다. 이런 총무를 믿고 어떻게 원내대책을 맡기겠느냐”며 총무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또 “최병렬 대표의 지도력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지도부 전체의 정치력에 문제를 제기했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총무가 판단을 잘못한 것이라면 몰라도 고의적이었다면 치명적 잘못이므로 사퇴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뿐만 아니다. “15대 때 DJ와의 인연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김황식 의원), “한나라당을 민주당의 2중대나 사쿠라당으로 만들지 마라”(임인배 의원)는 식의 인신공격성 질타도 쏟아졌다.

‘험악한 상황’이 계속되자 최 대표가 비공개 회의를 요구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최 대표는 “원안을 바꾸려면 의총을 거치는 게 상식이고, 나도 이렇게 바뀔 줄은 생각도 못했다. 솔직히 황당했다”고 홍 총무를 먼저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법사위 통과안을 다시 뒤집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대국을 보는 입장에서 받아들여 달라”고 호소했다.

홍 총무는 이날 “모든 잘못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총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 대표, 이해구 의원께 크게 잘못했다. 초보 총무로서 대실수를 한 것을 널리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고려가 끼어드는 검찰 손보다 특검에 맡기자는 생각으로 서둘러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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