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세계최초로 스파이대장 22명 얼굴 공개” …오마이뉴스 청와대 비판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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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국가정보원 간부들의 얼굴이 담긴 기념사진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청와대도 과오가 있는 만큼 국정원과 함께 진상을 명확히 조사해서 냉정하게 책임을 물어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 기념사진의 유출 사실을 보고받고 ‘비밀’이 유출된 것도 문제지만 국정기록물인 청와대의 사진자료가 아무런 기준 없이 취급돼온 데 대해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이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이와 별도로 홍보수석비서관실은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가 39시간 동안 자사 홈페이지에 이 사진을 게재한 데 대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민정수석실의 조사결과, 노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 행사를 수행했던 전속사진사가 20일 오후 오마이뉴스에서 사진 제공을 요청하자 문제의 사진이 ‘비밀’인 줄 모르고 오찬간담회 사진 등과 함께 윗사람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제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사진사에 대한 문책 수위와 함께 1차 감독책임자로 사고 당시 중국 출장 중이었던 김만수(金晩洙) 보도지원비서관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한편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정중히 사과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개 사과했다.

오마이뉴스도 이날 오연호 대표와 정운현 편집국장 명의로 “신중을 기하지 못하고 노출 금지된 사진이 공개된 점에 대해 독자 여러분과 관계기관에 머리 숙여 사과한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오마이뉴스측은 또 “23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정운현 편집국장과 김당 정치전문기자, 성낙선 뉴스게릴라본부장 등 3명의 간부를 중징계하고 사진기자와 편집기자도 엄중 경고조치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그러나 이에 앞서 22일 오후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문제의 사진을 삭제한 뒤 청와대의 보안의식을 비판한 기사에서 자신들의 잘못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최초 좋아하는 청와대, 세계 최초로 국정원 ‘스파이 대장’ 22명 얼굴 공개했다”며 “국정원 개혁의 칼을 빼어든 아마추어 권력의 위세에 주눅 든 국정원 프로들의 복지부동에서 (실수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청와대와 국정원을 싸잡아 비판했다.

한나라당 양현덕(梁賢德)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사건으로 또 한번 청와대의 국정경험 부족과 허술한 시스템, 해이해진 기강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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